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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누가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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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티가이 작성일14-08-06 15:41 조회1,1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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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이 온 나라에 충격과 슬픔을 주고 있다. 여당 대표는 가해자를 ‘살인자’로 지목하면서 호통을 쳤다 하고, 일부 언론은 그의 질책을 아주 잘한 일인 양 부각시킨다. 살인죄를 적용하여 가해자들에게 법적 최고형을 처벌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모두가 본질을 회피한 채 쇼를 하는 것 같다.
 
‘구타 근절’ 구호는 내가 군대 생활을 하던 30년 전에도 언제나 귀 따갑도록 듣던 말이고, 그 표어가 붙어 있는 내무반 옆에서 나는 여러번 구타를 당하는 굴욕을 체험했다.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군내 구타는 한국군에서 거의 밥 먹는 일과 맞먹을 정도의 일상이었다. 물론 과거에는 이번의 경우와 달리 잔혹성과 야만성은 덜했고, 가끔씩 옆에서 말리는 고참도 있었고, 구타 이후 위로받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메커니즘은 변하지 않았다.
 
대체로 지휘관인 장교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모른 체한다. 이들은 “부대가 잘 돌아가기 위해” 군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임병들의 일탈적 행동을 묵인하거나 심지어 격려하기도 한다. 피해 군인들은 ‘소원수리’를 통해 그것을 고발해도 동료나 고참들에게 완전히 따돌림당해 고통만 더 심해질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언로가 완전히 막힌 폐쇄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회에서 그 어떤 비인간적인 일들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고, 대한민국 남자들은 이런 조직에서 훈련받은 뒤 사회에 나와서도 권력에 순응하는 ‘비굴한 시민’이 된다.
 
이명박 정부의 ‘전투형 부대’ 육성 정책으로 군은 완전히 과거로 되돌아갔다. 1950년대식 반공·반북주의 정치교육이 버젓이 행해졌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기표현에 익숙한 지금 청년들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상명하복의 규율이 강요되었다. 경쟁과 스트레스에 주눅들어 있고, 공감능력이 매우 약한 지금 청년들은 이 꽉 막힌 조직에서 점차 ‘괴물’로 변해갔다.
 
이념과 철학이 없는 군대, ‘애국’은 오직 구호뿐이고 실제로는 출세에만 관심 있는 장교들이 지휘하는 부대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폭력’ 외의 수단은 없다. 내용보다 형식만 중시되는 군대, 돈 있고 힘센 사람들의 자식은 요령껏 모두 빠지는 이런 군에서 충실하게 복무할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병들에게 폭력 외의 무슨 언어가 먹힐 수 있을까?
 
물론 이번의 윤 일병 사건에서 나타난 가해 군인들의 정신질환적 행위나 잔혹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 겉으로 보건대 과거의 구타가 고참병에 의한 일방폭력이었다면, 이번의 경우는 동료들의 ‘과도순응’에 의한 집단폭력의 성격이 강하고, 잔혹행위에 대해 집단 내의 자제력과 견제력이 상실된 도덕 진공 혹은 해체, 즉 인간 사회의 기본인 ‘차마 그렇게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이 완전히 사라진 병리 사회의 지옥과 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과거 베트남전쟁 말기 미군들이 동료들에게, 일본군이나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할 때 보여준 모습과 유사하다. 이 모두가 이념 없는 전쟁 혹은 비인간적 군 조직 하에서 인간성을 부인당한 사병들이 상관 대신 약자인 동료와 민간인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사로잡힌 병사들이 약자인 하급자에게 화풀이하는 현실, 이런 조직을 만든 사람은 그들이 아니므로, 이들 모두가 희생자다. 이런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그들이 괴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런 비인간성과 잔혹성은 군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돈 없는 약자들이 살아가는 모든 현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매일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폭력이 사회의 주요 규율수단이었다면, 지금 사회는 오직 돈만이 인간관계의 유일한 매체라는 점이 다르다. 폭력(명령)과 돈은 동전의 양면이고, 국민을 정신적으로 이끌 능력이 없는 한국의 권력자들과 군은 이 두 매체에 의존해 왔다. 약자들 간의 잔혹성은 바로 강자들이 평소 그들에게 가르쳐준 것들이었다. 괴물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이 국가와 사회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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